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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나

2025년, 만 5년차 개발자 회고

by 나이아카 2025.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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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만 4년차를 넘었을 때 부터 계속 이제 나는 5년차니까 잘해야지~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요. 이제는 진짜 만 5년을 가득 채운 개발자입니다. 어떡하죠. 이제는 회사에 중고신입이 아니라 가끔 리드 직군이나 시니어 직군에도 경력이 살짝 걸칩니다. 저는 당연하게도 아직 리드나 시니어가 될 짬도 실력도 없다고 생각하고, 대부분 그런 공고에서 제가 뽑힐 일은 없겠지만 그런 공고들을 보다보니 슬슬 사람들이 저를 바라볼 때 너그럽게 바라보지는 않겠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 이제 이정도는 기본 아닌가? 아직까지 저런 걸 안해봤다고?' 이런 생각으로 저와 대화를 나누지 않을까...

 그리고 회사 생활을 5년 정도 하면서 많은 개발자들을 만나다보니 확실히 초창기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던 부분이 많습니다. 저는 솔직히 5년 정도 개발을 했으면 당연히 트렌드는 다 잡고 있고 코딩 실력도 쌓여서 더 빠르고 쉽게 좋은 코드를 설계 및 생산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트렌드에는 겨우 따라가는 수준이며 코딩 실력은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 하던 때보다 생각이 많아진 지금이 더 뒤쳐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늘어났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그나마 경험이 늘어서 누가 뭔갈 물어본다면 대충 예전에 해봤다는 게 기억난다는 정도...?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들을 얘기해보자면, 저도 이제는 어엿한 안드로이드 개발자로서 제 손을 거친 앱이 10개는 넘고 제가 만든 기능들이 X에서 긍정적인/부정적인 피드백들을 통해 열심히 돌아다닌다는 것과 제 기존 개발 루트인 '일단 만든다 -> 코드량을 줄인다 -> 가독성을 높인다 -> 성능 개선을 한다' 단계에서 '일단 만든다 -> 코드량을 줄인다' 단계를 거의 1단계로 처리할 수 있게 된 점이랄까요. 더욱이 제 기대치가 낮은 건지, 아니면 제가 모르는 건지 모르겠지만 회사에서 제 코드 생산 속도를 꽤나 높이 사주고 있더라구요. 일단 코드 개발 속도 자체는 크게 개선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채용 시장위로 개발자가 굴러다닙니다

 주변에서 요새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취업시장이 얼어붙었다와 신입 경력 할 거 없이 갈 곳이 없다 였습니다. 그정돈가? 싶어 저도 열심히 원티드랑 사람인 정도만 이력서를 업데이트해봤는데요. 제가 이 회사에 오기 전만 해도 이력서 업데이트하면 먼저 연락오는 회사가 그래도 하루에 두세군데는 꼭 있었는데, 이제는 일주일에 하나 정도 들어오는 수준이더라구요. 아마 그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같은 사람이 아니겠지만, 그래도 드라마틱하게 줄어들었다는 느낌은 확실히 들더라구요.

 거기다 사람인은 지원자 수가 나오다보니 궁금해서 문득 스타트업들의 개발자 지원자 수를 봤는데 적은 곳도 40명은 넘게 지원했고 많은 곳은 100명 가까이 지원한 회사도 엄청 많더라구요. 심지어 3~7년차 경력직을 뽑는 공고였는데도요! 거기다 유명한 회사도 아니었습니다. 진짜 이제 겨우 성장해서 사람 뽑는, 현재 재직중인 인원수가 10~20명 정도도 안되는 그런 회사였습니다. 그걸 보고 나니 진짜 개발자는 밑에서부터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덕분에 제가 이렇게 안정적인 회사에서 나름 인정 아닌 인정을 받으며 걱정 없이 사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제가 쓸모 있다는 곳에 박혀있어야 겠죠.

 

목표는 어디갔을까요?

 저는 항상 목표가 있었습니다. 5년동안 나름 스타트업, 중소기업, 중견기업을 경험해봤으니, 이제 대기업만 경험해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꾸준히 대기업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목표로 삼았었는데요. 그래서 주변에 대기업을 다니는 친구들한테 뭐 해야하는지 많이 물어보고 다녔습니다(몇 명 없긴 하지만요). 제가 생각했을 때 스타트업이나 소규모로 개발진을 운영하는 회사는 그 목적이 신기술의 개발 및 응용에 좀 더 초점을 맞춰둔 것 같고(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대기업이더라도 IT 관련 개발팀을 작게 꾸리는 것도 포함입니다!) 네이버와 같은 IT 회사의 경우 본질적인 탐구를 업무 시간에 진행하는 것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신기능 개발을 안한다는 의미는 아니구요...). 물론 제가 대기업을 가본 건 아니라서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여튼 그래서 제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요. 뭐, 부족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면 아마 제가 여러 면접에서 떨어지고 '아, 그걸 몰랐네' 하는 이슈 같은 건 없었겠지만... 일단 아직도 제가 완성하지 못한 건 테스트 코드를 제대로 작성하고 정리하는 게 어렵다는 부분과(이 부분은 아무래도 테스트 코드를 작성할 일이 없다보니 아직도 숙련되지 않았네요.) 제 코드나 생각을 다른 개발자들에게 명확하게 전파하는 부분이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작년 회고에선 아예 테스트코드를 제대로 작성해본 적도 없다고 했는데, 테스트 코드는 그래도 몇 번 작성해본 건 발전한 부분일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아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심연을 들여다보는 습관은 길러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보다 겨우겨우 힌트를 얻어 본질적인 부분까지 들어갈 수 있는 걸 보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겠죠.

 포기는 안할거 같습니다. 하나씩 회사를 차례대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목표는 접긴 했는데, 그렇다고 개발을 관두거나 여기서 적당히 하면서 살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제는 제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내에서 제가 하고 싶은 재미난 일들을 좀 찾아보려구요. 물론 거기에는 돈 많이 버는 것도 포함되어 있긴 한데...(근데 제 의도는 아니지만 개발자를 관두고 다른 직업을 준비하고 있긴 합니다)

 

일기는 일기장에 써라

  그건 싫은 관계로 일기 비스무리한 회고를 위에다 기록했습니다. 이제는 제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무슨 목표가 있었고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가장 먼저 회사에 여러 코드 컨벤션을 도입했습니다! 계속해서 회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있어 한 팀이 한 명인 것 처럼 코드를 작성해야 가독성이 좋아지고 코드 생산성이 좋아진다는 얘기를 주장했었는데, 드디어 받아져서 코드 컨벤션이라는 문서가 만들어졌습니다. 비록 이제서야 겨우 naming 컨벤션이나 설계서 작성 방식에 대한 내용들이 추가된 것 뿐이지만 여기다 하나씩 차근차근 채워가면 된다는 생각인데다 뭔가 회사를 좀 바꾼 느낌이라 뿌듯하네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플러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이건 작년부터 하겠다고 했던 부분의 연장선입니다). 비록 얼마 안되긴 했지만 AI의 도움을 받아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클리커 게임을 만들 건데요. 잘 될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완성을 할 지도 의문이구요. 하지만 항상 도전은 하는 편입니다! 목표는 플러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좀 느긋하게 진행할 생각입니다. 게임이다보니 밸런스도 중요하구요. 하지만 내년 회고 전까지는 스토어에 꼭 올리고 싶네요.

 또, 개인적으로 혼자 하는 건 아니고 팀을 하나 꾸렸습니다. 개발자로 참여하는 건 아니고 제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데 이를 개발자들과 기획자, 디자이너랑 같이 해보려고 시작했습니다. 근데 디자이너가 워낙 바빠 아직 진도가 제대로 안나갔다는 게 조금 걸리긴 하네요... 목표는 이번년도 안에 런칭하는 건데, 가능할 지 모르겠습니다.

 

 저번 회고에서 하겠다고 했던 내용이 있었는데요. iOS 개발은 장렬히 실패했습니다. 정확히는 TCA + 스유로 개발을 진행했는데 혼자 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여럿이서 같이 개발하는 프로젝트였다보니 혼자 너무 못따라가는 것 같더라구요. 거기다 개인적으로 시간투자도 많이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팀에 그닥 도움은 못된 것 같습니다(다행인 건 제가 원래도 시간투자를 많이 못한다는 걸 인지하고 시작해서인지 다들 제가 뭘 안하더라도 불만은 없어 보였습니다). 다행이 외에는 회고에서 뭘 하겠다고 정해둔 건 없었군요 하하.

 

마무리

 제 5년차 개발자 생활은 4년차 개발자 생활보다는 확실히 개발자로서는 알차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노력도 꽤 했고, 이것저것 시도도 많이 해 보면서 목소리도 키우기도 했구요. 그래서 비록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벽이 느껴지긴 하지만 전보다는 희망찬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6년차의 시작은 7월 1일인데요. 할 일 없을 때 써두자는 생각을 했더니 만 5년이 끝나기 며칠전에 글이 완성되어 버렸네요. 아, 그리고 제가 이번년도부터 30대에 접어드는데요. 제 30살은 아직 반년밖에 안지났지만 29살보다 훨씬 따사로운 햇빛이 비치곡 있으니 제 30대는 20대보다 더 찬란하길 바래봅니다.

 

P.S

 가끔 제가 옛날 생각을 할 때 가장 많이하는 생각은 항상 그때 내가 뭘 해야할 지 알았더라면...이 되게 많았는데요. 정작 이 나이가 되서 저보다 연차가 낮은 개발자 분들이랑 대화를 하다 보면 제 옛날 생각이 나서 라떼 시전을 하려곤 하는데요. 한 번 삼키고 다시 생각해보니 저랑 얘기하는 개발자들이 저보고 어려움을 하소연한 것도 아닌데 괜히 먼저 나서서 조언이랍시고 떠드는 내용들이 굉장히 쓸모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다행히 시전하지 않고 먼저 요청하는 분들에게만 최선을 다해서 여러가지로 조언이 될만한 이야기들을 추려보곤 하는데요. 혹시나 저처럼 어떻게 해야 앞으로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거나, 뭘 모르겠는지 조차 모르겠어서 답답하다면 꼭 주변에 먼저 얘기를 꺼내보시길 바래요. 불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되던 사람들도 그들이 가진 경험은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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